꿀벌의 폐사와 시사점
최근 10~20여 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꿀벌들이 집단 소멸되는 상황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CCD라고 하는 군집붕괴현상이 꿀벌의 경우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되었고,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꿀벌의 30~40%가 소멸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2022년 부터 꿀벌의 대량 집단 폐사 및 실종이 지속적으로 관찰되어왔다. 제주에서 시작된 이러한 사건은 점차 전국 각지로 번져서, 2022년 1분기 양봉 통수를 기준으로 피해가 확인된 정도는 전라남도가 43%, 충청북도가 19%, 제주도가 15%에 이른다. 그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살충제의 과다 살포가 꿀벌의 신경계를 망가뜨리고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이상 기온 현상으로 채밀 활동 시기를 오판하여 대량 폐사에 이르렀다는 연구, 벌집 내부 생태를 교란하는 외부 침입 곤충의 습격 때문이라는 연구 등 다양하다. 이러한 배경은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꿀벌이 모두 사라지면 인간은 4년 이내에 멸종한다'라는 말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어느 한 생물의 생태학적 '건강성' 정도가 그 군락을 넘어서서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다른 종들의 생태학적 '건강성'을 나타내기에 충분할 경우, 그 생물을 생태 지표종(bioindicator)라고 부른다. 꿀벌은 그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되는데, 수분 식물의 70%가 꿀벌을 수분 매개자로 하고 있으며, 꿀벌의 죽음은 곧 수분 식물의 멸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분 식물은 전세계 식용 작물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라는 생태 환경에서 꿀벌이 차지하는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단언컨데, 꿀벌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생태 지표종이라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꿀벌의 실종 사태는 인류가 빚은 과오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한다. 겨울철에 일시적으로 보이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식물들이 개화 시기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듯이, 꿀벌들 역시 채밀 활동 시기를 오판하게 되어 집단 폐사를 겪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꿀벌은 주변 온도에 민감한 변온 곤충이며 스스로 열을 내어 자신들의 거처를 거의 항온 유지하기 때문에 외부 온도의 심한 편차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이상 고온 현상으로 채밀 활동 시기를 오판할 경우, 자신들의 거처를 항온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며, 작물이 냉해를 입듯, 자신도 모르는 순간 집단 동사를 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과도한 살충제 살포는 꿀벌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살포가 늘어나는데, 드론 살포는 거의 원액 살포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꿀벌들의 뇌신경계 파손은 물론, 이로 인한 방향 감각 쇠퇴, 소통 능력 상실, 면역력 약화는 당연한 수순이며, 치료제 개발이 안된, 이들에게 거의 페스트 수준에 가까운 질병인 낭충봉아부패병에 노출되면 이들의 집단 폐사는 순식간에 일어나게 된다.
프로젝트 활용 : 생태지표종, 언어
본 프로젝트에서는 최근 전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꿀벌의 실종 사태가 던져 주는 시사점을 꿀벌의 춤 언어와 labanotation 기호 대응 방식으로 활용해 보고자 하는데, 먼저 꿀벌을 전지구적 생태 지표종으로 가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마치 인간의 신체 각 부분이 스스로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인체의 건강성을 유지하듯이, 꿀벌들은 전체 군집의 유지를 위해 천명으로 정해져 있는 역할이 있으며, 먹이 활동(꿀벌의 경우 채밀 활동이라고 한다.)과 분봉 기간에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사회적 소통 언어를 가진 초개체의 특성을 가진다. 그 소통 언어 중에는 꿀벌들의 생애 주기 동안에 관찰되는 중요한 몇 가지 춤 언어가 있는데, 이를 기호로 나타내어 기호들의 정상적인 생태 리듬이 가로 막히는 정도에 따라 생명-건강성 지표와의 연결이 이루어지도록 visualization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생명-건강성 지표는 generative 알고리듬에서 발생되어 진다. (참고 : https://bellefaust.tistory.com/40)
그 기호는 인체의 무용 동작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labanotation 기호들에서 가져온다. 역할을 분류한 labanotation 기호들 에서 A 카테고리(모티프)에 해당하는 기호들로 꿀벌의 춤 언어를 나타내고, B 카테고리(그 외의 기호들)에는 꿀벌의 정상적 언어 소통을 가로 막는 역할을 부여한다(참고 : https://bellefaust.tistory.com/54). 이러한 접근으로, 꿀벌의 춤 언어에 전지구적 생태 지표적 특질을 부여하게 되고, 인류의 일상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꿀벌의 채밀 활동을 어떻게 저해하는가에 대한 정도를 나타내게 되며, 이와 같은 대응 및 해석은 해체되어야 할 인류의 고밀도 집적체 - 정이십면체(본 프로젝트에서 상정한 구조물)를 향하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꿀벌의 행동 양식 - 춤 언어
춤 언어를 비롯한 꿀벌의 행동 양식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 1886~1982)에 의해 꿀벌들의 집단 행동에 관한 의사 소통 방식이 우리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밀원을 찾기 위하여 꿀벌 군락은 소수의 '정찰벌'을 선발하여 밖으로 내보낸다. 이들이 찾아낸 밀원이 있을 때, 그 주위로는 '수집벌'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약간의 꽃꿀을 수확하여 벌집으로 돌아가는데, 자기가 수확한 꿀을 일벌에게 넘겨주고 다시 먹이를 채취하기 위해 밀원과 벌집을 이동하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비행 노선을 알아낸다. 그리고 최적의 비행 노선을 발견하면, 벌집으로 돌아와 밀원의 위치를 알려주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다음은 꿀벌들의 춤 언어가 담긴 메시지와 특징을 보여준다. (참고 : https://bellefaust.tistory.com/52 )
a. 거리 정보
- 벌집에서 100미터 이내에 있는 경우, 수집벌은 '원무'(round dance)를 춘다.
- 이 보다 더 먼 경우, 8자 춤(waggle dance)를 춘다. 가운데에 위치할 때 춤을 추는데, 거리가 멀 수록 몸을 흔드는 지속 시간이 길다. 2~3km 정도 일정 거리가 넘어가면 별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1km 정도의 거리라면 대략 1초 정도 춤을 지속한다.
- 프리슈의 연구에 의하면, 120m일 경우 15초 간격으로 8자를 9~11회, 1000m 이상면 4~5회, 6000m의 경우 2회 정도 춤을 추는데, 거리가 멀 수록 천천히 돌면서 몸을 흔드는 진동을 더욱 빠르게 하여 춤을 춘다.
b. 방향 정보
- 벌집 바깥에 있을 경우, 태양의 방향을 기준으로 자신의 방향과 위치를 이해하고, 그 상태에서 어두운 벌집 안으로 들어오면, 아래로 작용하는 중력의 방향을 기준으로 꼬리 춤의 방향을 표시함으로써 방향을 나타낸다.
- 벌집은 항상 수직으로 건축되어 있어서 중력을 기준값으로 활용할 수 있다.
c. 광흐름 활용
- 꿀벌은 낱눈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비행 기간 동안 꿀벌의 시야에는 비행 속도를 알게 해 주는 '광흐름'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꿀벌은 이러한 광흐름에 대한 지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비행 거리를 계산한다.
- 거리를 측정할 때는 녹색 수용체를 사용하여 주변의 광흐름을 받아들인다.
- 풍경이 복잡할 수록 비행벌이 느끼는 광흐름의 정도도 커지고, 비행 거리가 동일하더라도 꼬리 춤에서 몸을 흔들 때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d. 특징
- 1초에 15회 정도 몸을 흔드는데, 여섯 개의 다리로 벌집 바닥을 딛고 서서, '멈춰 서서 몸통을 흔드는' 상태 - 발을 고정한 상태에서 몸통을 옆으로 흔들며 앞으로 내미는 동작을 한다.
- 이들의 춤은 꼬리춤을 출 수 있는 일종의 무대에서 이루어진다.
- 맨 처음 꼬리춤을 시작한 주연 벌을 따라서 조연 벌들이 최대 10마리 가량 모여들어 서서히 서로의 동작을 맞추며 같은 춤을 진행한다. 조연 벌이 주연 벌의 진행 궤적에 끼어들어 춤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복으로 주변의 벌들은 춤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 메시지를 송신하는 벌은 방향과 거리를 암시하는 춤을 반복하고, 메시지를 수신하는 벌은 더듬이로 그 춤을 지각하고 이해한다.
- 벌집의 진동 특성 때문에, 빛이 안드는 어두운 벌집 안에서 춤의 진동 패턴이 멀리까지 전달되고, 춤추는 벌이 어디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달된다.
- 꿀벌은 운동 근육 중에서도 가장 발달한 가슴 부위의 비행 근육을 이용하여 진동을 만들어 낸다. 이 근육은 원래 비행 시 추진력을 발휘하는 '엔진'으로 사용되지만, 이 근육을 약하게 사용하면 특유의 주파수를 갖는 진동이 발생하여 꼬리춤을 추며 몸통을 좌우로 흔들 때의 방향 전환에서 사용된다. 230~270hz의 주파수를 갖는다. 날개짓 주파수와 일치. => 요란한 꼬리춤은 비행 근육 진동을 다리를 통해 벌집으로 전달하는 행동이 된다.
# 참고 문헌 :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위르겐 타우츠, 유영미 역, 이지사이언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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