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BELLE FAUST

리서치/생각 & 아이디어

생각, 설정 : 해체의 대상과 그 이후의 결과물

송주관 2023. 4. 8. 17:57

 주제와 연관 속에서 '해체'를 제안하는 본 프로젝트는 두 가지 양극단을 먼저 설정해야 할 것이다. 해체를 해야 할 '무엇'과 해체가 이루어지고 난 후의 남아있는 '무엇'이 그것인데, 전자는 정이십면체의 구조물이 담고 있는 모습이고, 후자는 그 구조물이 해체 과정을 통해 변화된 최후의 모습이 된다.

 


 

# 라반 철학과의 연관성 

 

 라반은 자신의 독특한 개념인 Effort를 소개하는데, 이는 20세기 초까지 당시 유럽 사회에서 지탱되어 왔던 귀족 & 엘리트 의식에서 비롯된 표현 위주의 격식과 관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움직임에 대한 자신만의 고찰 속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Effort 분석에서 그가 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움직임에 대한 방식이 아니라 이유이다. 그가 비판하는 내용을 잘 보여주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대립일 것이다. 

 

a. "conservatoire-trained"            <------->           b. "gesture"

 

from The World of Dancer(1920)

(참고) https://bellefaust.tistory.com/12

 

a. 는 움직임에 대한 '방식'이 주가 되는 부분일 것이고, b. 는 '이유'가 주가 되는 부분일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양극단의 성질을 대표한다고도 볼 수 있다. 라반의 관점에서 이 두 가지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외적 표현을 위한 강제적 요구에 의해 내적 동기가 부재된 상황이고, 후자는 내적 동기의 요구에 의해 외적 표현이 발현된 상황이다. 즉, 전자는 관람객을 위한 performance의 개념이기에 주입적인 교육으로 만들어진 강제적인 틀이고, 후자는 표현하고자 하는 충동 혹은 열망이 외부의 출구를 찾아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movement의 개념이기에 우리의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자발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본 프로젝트에서 설정하는 정이십면체의 모습은 '이기주의와 기만, 혹은 무지에 의해 이룩되어져 온 인간 사회의 조직 혹은 시스템'을 비유한다. 광범위한 표현이지만, 보편적 가치라는 것을 미리 재단해 버려서 그것에 가려진 다른 가능성의 여지 혹은 비판 의식을 깔아 뭉게버린 어느 주도적 위치에 있는 국가나 사회 조직체들(어쩌면 이것이 우리 인간의 모습, 그 자체일 수도)이 그 대상이 된다. 이것은 이제 가시적으로 현실화 되어 버린 생태적 불균형 지점을 이미 오래 전에 낳았는데, 절대적인 몇 가지 전제를 가지고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기에 다른 가능성들을 희생시켰고, 이에 정화 혹은 순환이 불가능한 생태적 불균형이라는 문제가 발생되었음을 '해체'라는 단어는 지적한다. 물론, 라반이 살았던 시대의 콘서바토리 위주의 교육 시스템 내용 중 많은 부분들이 후대의 노력으로 개선되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conservatoire-trained' 가 비유하는 것은 단지 무용 교육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다른 가능성을 무시한채 초고밀도의 결집체를 지향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인류 사회의 단면에 대한 지적이다. 최근 심각해 지고 있는 외교, 정치, 군사, 경제적 양극화의 이면을 고려해 보면, 그 안에는 주입적이고 강제적인 틀과 바운더리가 굳건히 존재하며, 'conservatoire-trained'로 비유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점을 바탕으로 본 프로젝트의 표현적인 부분과 연결지어 보자. 본 프로젝트가 설정하는 정이십면체는 해체 가능한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특정한 전제 아래에 다른 가능성들이 배제되어 버린 계획적인 '덩어리' - 움직임 시스템, 예를 들어 axis scale과 equator scale 중 한 가지만을 표방한다거나 혹은 두 정이십면체가 서로 대립적인 A scale과 B scale을 사용한다던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시작된다. 여기에는 그 덩어리 내부에서 생태적 균형을 향하는 자발적인 흐름 혹은 동기가 없다. 이 상태는 '해체' 과정을 적용시켜야 할 최초의 단계가 된다. 그리고 그 정이십면체는 '해체'라는 과정을 통해 내적 동기나 열망이 점차 외부의 껍질을 분해시키면서 또 다른 형태의 재구성 과정을 겪게 되고, 최후에는 움직임의 최소 단위로 진행되어 최초에 전제되었던 각 정이십면체의 배타적인 '이념' 혹은 '개념'은 없어지고, 두 정이십면체에서 떨어져 나온 두 최소 단위의 부분들이 결국 대화를 할 수 있는 가능성 - 즉, 외적 형태는 무너졌으나, 불완전한 effort(2가지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inner state/ attitude, incomplete effort 상태)의 다양한 모습이 샘솟듯 발생되는 상황으로 결말을 맺는다. 대화라는 것은 일상 생활의 중요한 연결 고리이기에 'conservatoire-trained'가 아닌 'gesture'의 모습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 라반은 위의 대립적인 분류와 유사한 관계를 shadow movement의 경우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참고 : https://bellefaust.tistory.com/27 )

a. conservatoire-trained b. gesture
개개인의 사적인 의도가 숨겨져야 하는 격식, 구성원을 묶어서 결집 해체되어 보여지는 개성이 드러나는 본연의 성격
"stereotypes, conventions of movements" "shadow-moves, supposed to be unnoticed"
religious / nationally / traditionally accepted basic attitude / personality of that person

 

- 라반은 harmony의 개념에서 다음을 강조한다. 

 

"Harmonious liveliness of movement requires a continuously flowing change of nuances of intensity.."

(움직임의 조화로운 생명력은 끊임없이 흐르는 강도의 뉘앙스 변화를 필수적으로 전제한다..)

 

"Stability and mobility alternate endlessly.."

(정과 동은 끊임없이 교차한다..)

 

"..changing between binding and loosening.."

(묶임과 풀림 사이의 지속적 변화..)

 


 

 labanotation의 기호들이 외적 표현들에 대한 수단이라면, effort-analysis 기호들은 내적 동기에 대한 표현 수단이 된다. 이 두 가지는 '해체' 과정 초기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어떠한 '관계'(지속적인 리서치 필요)를 만들면서 표현된다.

 

 그 '관계'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은 다음과 같다. staff와 함께 표현되는 full labanotation 기호들(특정 스케일을 이룰 수도 있다..)은 staff의 잘려나감과 동시에 특정 기호들이 점차적으로 소멸되거나 무중력 상태와 같이 time-line을 벗어나는 등의 방식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반면, effort-analysis 기호들은 그 반대의 흐름을 갖는다. 

 

## 무용 동작과 기호들의 표현들을 일치시킬 것인지는 토론이 필요. 기호들의 비쥬얼라이제이션 내용과 예측 염기 서열 결과물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리서치 필요.

 

## 두 명의 무용 아티스트와 두 정이십면체 사운드 구조물은 어떤 관계를 갖게 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리서치 > 생각 & 아이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VID-19, 생애 주기 / 적응 진화  (0) 2023.04.09
COVID-19, 공동 진화  (0) 2023.04.08
Generative 프로세스, 의의  (0) 2023.04.02
생각, 라반과 harmony  (1) 2023.03.23
Effort에 대한 정리 (분류)  (1) 202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