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측 : 생명 탄생의 기원, '침투와 방어' - 병원체와 면역체
바이러스의 진화와 기원을 살피는 것은 생명 탄생의 기원을 추적하는 일이다. 그것은 원시 대기와 함께 시작된 '화학 진화'로 추정된다. 1953년 Miller-Urey의 실험 - 고온, 고압, 전기 방전 등을 통한 지구 초창기 환경에 대한 시뮬레이션에서 무기혼합물로부터 아미노산과 유기화합물이 합성될 수 있음이 밝혀졌고, 태초에 자가 복제 기능을 하던 어느 분자 구조들이 생겨나서 생명의 진화가 시작되었을 것이며, 그 분자 구조들은 RNA(리보핵산) 형태로서 지금도 세포 내에서 RNA 분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 단백질 생산 공장 역할을 하는 리보좀(ribosome)이 RNA분자들과 단백질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복제 프로세스 중 번역 단계에서 tRNA라는 RNA 분자가 관여한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본다면, RNA 분자가 생겨남과 동시에 생명의 진화가 시작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들이 있어 왔다. 몇 가지 생물학적 증거들을 통해 Walter Gilbert에 의해 RNA world 가설(1986)이 제기되었는데, 특히 Thomas Robert Cech는 RNA가 단백질의 도움없이 스스로 변형을 가할 수 있는 효소적 기능이 있음을 발견하면서 RNA가 DNA보다 먼저 존재하였을 것을 제기하였다.
4 가지 핵산 염기들(Adenine, Uracil, Guanine, Cytosine)과 당, 인산을 구성 성분으로 하는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는 다양한 길이를 가진 중합체(poly-nucleotide)를 형성하는데, 원시 대기/ 원시 해양의 지구 환경에는 이 RNA 고분자들의 탄생이 진화의 기원을 말해 주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교정이 없는 자가 복제 효소를 통해 다양한 진화적 실험을 하는 중이었을 것이고, 자가 복제 기능의 단백질과 효소들이 후에 만들어 지면서 스스로 가지고 있던 자가 복제 기능이 단백질로 이전 되어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은 스스로의 복제 기능을 유지하고 이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발달했을 것이고, 몇몇은 스스로 퇴화되어 자가 복제 기능을 가진 '진화체'(침투의 대상으로 세포를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의 도움을 필요로 했을 것이며, 몇몇은 또 다른 방식으로 진화를 시작해 나갔을 수도 있다. 세포의 출현을 38억년 전 쯤으로 추정하는데, 스스로의 생명 연장을 위해 사용한 '침투와 방어'라는 두 기제는 세포가 탄생하기 그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지 않았을까 한다. 자가 복제 기능을 잃어버린 RNA분자들은 자가 복제 기능을 포함하여 세포로 진화한 개체들에 침투하여 도움을 얻어야 했을 것이고, 후자들은 그 침투에 대항하기 위하여 방어를 하여야 했을 것이다. 그 결과, 전자는 병원체로서 후자는 면역체로서 지구 생태 환경을 이루어 왔으며, 그 둘은 처음에는 같은 부류에서 탄생되었으나 공동 진화의 시간을 겪으면서 서로 침투하고 방어하는 전략을 발달시키고 변화시켰을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전략은 지금도 우리의 몸 구석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침투와 방어'는 공동 진화의 시간을 경험한 지구 생태 환경이 움직이고 변화를 거듭할 수 있었던 원리 혹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진화적 관점에서 바이러스를 바라본다는 것은, 지구라는 생태를 이루는 구성원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생태 환경 구성원들도 있음을 우리의 일상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지구 생명 진화의 시초는 미세 크기의 바이러스 분자들이었으며, 이들이 이룩하여 왔던 '침투와 방어'라는 진화 기제가 현재 거대 동물로 진화한 현생 인류에게 병원체와 면역체로 굳어져 왔음을 조명하는 일은 생태의 시야를 넓혀 눈여겨 봐야 할 진화의 단면임과 동시에, 생태적 불균형 지점을 맞딱뜨린 21세기 현재 인류가 반추해 보아야 할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SARS-CoV-2 : 신종코로나바이러스
# SARS-CoV-2, 계통 분류와 공동 진화의 경험
바이러스 역시 여타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생명 계통 분류법이 적용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Nidovirales 목 Coronaviridae 아속 중 beta 군에 속하는 SARS-CoV-2로서, 박쥐에서 유래되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유래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중국 적갈색관박쥐로부터 분리된 두 유전자 배열과 88%의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는 생명 계통 분류법이 바이러스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숙주 생명체들과 오랜 진화의 시간을 동시에 겪어 왔음을 의미한다. 생명 진화의 역사에 있어서 바이러스의 존재가 밝혀져 연구되어 온 시간은 불과 1세기 남짓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그 정확한 기원이 밝혀진 바 없고, 10의 31승 개의 바이러스가 지구 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심지어 인간 신체의 여러 생리적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바이러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밝혀졌다. 특히, 임신의 기간 동안 신체 면역 세포로 부터의 공격을 막아주는 역할을 바이러스 개체들이 담당함으로써 태아가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미시 생태를 이루는 바이러스들과 공동 진화의 시간을 겪어온 최후의 결과물이 현재 본인의 모습이며, 그들은 본인과 함께 호흡을 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식물 심지어 특정 세균에게 까지 숙주 환경에 맞는 적응 진화를 지속해 왔으며, 이는 기생체와 자생체가 생태적 균형점을 동시에 만들어 왔음을 암시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계통 발생과 진화]
# 참고 문헌
- Kim et al. (2020), The Architecture of SARS-CoV-2 Transcriptome, Cell 181
- Thomas R. Cech. (2012), The RNA Worlds in Context, Cold Spring Harb Perspect Biol 20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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