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 풍경이라는 사고법에서는 어떤 소리를 그 소리가 속한 장소의 소리 환경 전체, 그 소리가 들리는 소리 풍경의 맥락 안에 위치시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정한 소리를 거기서 함께 울리는 다른 여러 소리들과 관계성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리를 파악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R. M. Schafer는 다음과 같은 개념을 구분하였다.
- sound object (음향체)
: 프랑스 작곡가인 P. Schaeffer가 창안한 어휘이다.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독립적 요소로서, 소리가 갖는 상황 / 사회적 맥락과는 분리가 된 물리적/ 현상학적인 대상으로서 음향 구조 혹은 구성체로 간주된다.
- sound event (음사상)
: 어떤 소리를 그 소리가 포함된 소리 맥락 혹은 문화 / 사회적 환경 속에서 파악할 때, 그 소리는 sound event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소리 풍경을 분석하기 위해 도형-배경의 관계를 가지고 오는데, 여기서 세 가지 서로 다른 소리의 범주를 설정한다.
- Keynote sound (기조음)
: 음악에서는 주(main)음에 의해 악곡의 조와 조성이 결정된다. 주음은 기본이 되는 소리로, 곡이 그 주위에서 전조하여도 그것의 주음과 무엇인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운드스케이프 연구에서 기조음이란 특정 사회에서 끊임없이 들리고 있는 소리, 혹은 다른 소리의 배경을 형성하는데 충분한 정도로 자주 들리는 소리이다. 해변 마을의 바다 소리, 현대 도시에서 내연 기관의 소리 등이 그 예가 된다. 기조음은 의식적으로 지각되지 않으나, 다른 신호음의 지각에 관여하는 인자로 작용한다. 기조음은 도형과 배경의 관계에서 배경에 해당한다.
기조음은 특정 지역 사람들의 청취 습관을 근저에서 규정하고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이것은 계절이 바뀌어 인도 위의 사람들 발소리가 바뀌듯 시간에 따라 문화에 따라 전형적인 소리로 인식되는 성질은 가진다.
- Sound signal (신호음)
: 기조음과 대비되는 관계를 갖게 되는데, 청각적 도형으로서 의식적으로 들리는 모든 소리를 가리킨다. 하지만, 특정한 소리가 소리 풍경에서 배경이 되는지, 도형이 되는지는 소리와 이를 듣는 사람의 귀가 의식하는 것 사이의 관계에 따라 서로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도시의 보도에서 울리는 발소리가 항상 기조음인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발소리가 주위 도시의 웅성거림에서 도형처럼 들려오는 신호음이 되기도 한다. 음향적인 경고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 Sound mark (표식음)
: 신호음 중에서도, 특정 소리의 풍경을 뚜렷이 부각하고 그 음향적 생활에 독자성을 부여하는 공동체 사람들이 특히 존중하고 주의하는 소리를 말한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색으로 자리잡게 되며, 해당 지역 공동체와 음향적인 생활을 공유한다. 소리 풍경 디자인에서 보존 활동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 소리 환경을 파악하는 방법은 데시벨이나 헤르츠로 대표되는 음향학적인 정량 평가가 있는데, 이는 소리 환경을 물리적 환경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기인한 것이다. 소리 환경은 대상을 구성하는 물리적 음향 현상의 총체로 취급되는데, 이러한 생각의 밑바탕에는 '환경은 그 안에 사는 주체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주변의 물리적 상황이며, 이는 주체에 대해서 일정 자극으로 작용한다.' 라는 기계론적 환경관을 기본으로 한다. 반면, 소리 풍경의 사고 방법으로 파악된 환경은 '의미 부여된 환경'이라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소리 풍경이란 '개인이나 사회가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하고 있는가에 강조점을 둔 소리 환경'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이파이(Hi-fi)와 로우파이(Lo-fi)의 구분되는 용어가 있다. 하이 파이 환경이란, 신호대 잡음비(signal to noise ratio)가 높은 것으로서 환경 소음 레벨이 낮고, 개개의 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것의 반대가 로우 파이 환경인데, 일반적으로 시골은 도시보다 하이 파이의 상태이고, 밤은 낮보다, 고대는 현대 보다 하이 파이 상태라고 말을 할 수 있다.
아래는 Ear-witness(청각의 증언)을 실천하는 것으로써 역사적으로 남겨진 기록물을 통해 소리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Hi-fi, rural soundscape (전원의 하이-파이 사운드스케이프)
.. 양치기들은 고독의 위안으로 서로 피리를 불거나 노래를 했다. 그들이 노래한 섬세한 음악은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는 아마도 최초의, 그리고 확실히 가장 영속적인 소리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 고전 문학의 표현이나 기교의 대부분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수 세기에 걸쳐 전해져 온 피리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전원 풍경의 고요함을 분명하게 그려볼 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 베를리오즈(1803~1869)와 같은 웅장한 편곡을 하는 작곡가 조차 우리들을 친절하게 전원으로 유혹하고자 할 때 [환상교향곡] 제 3악장 처럼 오케스트라를 잉글리쉬 호른과 오보에 한 대 씩의 듀엣만으로 편성하는 것이다..
.. 한가롭고 고요한 전원 풍경에서는 양치기의 피리가 자아내는 높고 청명한 울림이 기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은 귀를 기울여 들은 후, 마음을 담아 응답했다. "계곡은 그 곡조에 강하게 마음을 빼앗겨 하늘의 별들에게 까지 그 노래를 전한다. - 초저녁의 밝은 별이 젊은이들에게 양을 우리에 몰아 놓으라고 재촉하면서, 헤스페로스의 노래에 넋을 잃은 기색이 하늘에 이를 때 까지." 테오크리토스는 양치기의 피리가 가진 정감을 풍경에 울려퍼지게 한 최초의 시인이었다. 그 후 전원 시인들은 줄곧 그를 모방하여 왔다..
.. 마을과 목장의 경계선은 Thomas hardy(1840~1928)가 다음과 같이 매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 동쪽 언덕의 양치기는 그 사이에 있는 마을의 굴뚝을 넘어서, 서쪽 언덕의 양치기에게 지금 새끼양이 태어났다고 고함을 질러서 알릴 수 있었다. 험한 비탈로 되어 있는 목장은 그 정도로 가깝게 마을 사람들의 뒷마당에 파고들어 있다. 실재로 밤에는 마을 한 가운데 서 있으면, 농가에 있는 송아지의 온화한 울음소리, 이들 생물의 그치지 않는 따스한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 들리는 것이었다. "
.. 사냥용 뿔피리 소리는 풍부한 의미로 가득 차 있다. 그 소리는 사냥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신호를 제공하면서, 한편으로는 시골의 자유로운 공간과 자연 생활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사냥용 뿔피리 소리는 원형음이며, 몇 세기에 걸쳐 전해진 소리의 상징만이 이러한 특징을 가질 수 있다. 그것들은 고대로부터 선조에게 이어 받은 유산임과 동시에, 의식 깊은 곳에서 우리 몸이 선조들의 영원한 작업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 전원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조용했다. 하지만 그것도 두 개의 강렬한 음향으로 파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전쟁과 종교의 소리였다. 로마인들의 벌인 수많은 전쟁으로 생활을 방해받는 일이 많았던 베르길리우스(문학가 시인, B.C 70 ~ 19)는 전원 생활로 소음이 침입하는 것을 한탄하고 있다. 베르길리우스에게 전쟁의 소리는 놋쇠나 철이 울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음향적 이미지는 오늘날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더욱이 14세기 이후에는 그것에 화약의 폭발음이 더해지게 되었다.
' 황금의 사투르누스가 이 땅에 살고 있어. 이러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투 나팔이 울리는 것도 딱딱한 모루에 잠들어 있던 칼을 치는 소리도 듣는 일이 없었다.'
Lo-fi soundscape of Industrial Revolution (산업혁명기의 로우-파이 사운드스케이프)
.. 기계의 고동은 그 끊임없는 진동이 있는 어디에나 인간을 도취시키기 시작했다. 영국의 소설가 로렌스(D. H. Lawrence, 1885~1930)는 묘사하길(1915), 그들이 밭에서 일하고 있으면, 지금은 낯익은 제방 저 쪽에서 엔진의 리드미컬한 운동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처음에는 놀랬지만, 나중에는 익숙해지게 되었다..
.. 지금의 내연 기관은 현대 문명의 기초적인 소리를 제공하고 있다.. 부피가 크고 중량이 무거운 석탄과 물에 의한 증기기관차는 공공기업에서 제한적으로 쓰이지만, 내연기관은 가볍고 조작이 간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연 기관에 의해 권력은 개인에게 넘어갔다. 공업이 발전한 사회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생활 속에서 몇몇 내연기관(자동차, 오토바이, 트럭, 잔디 깎는 기계, 트랙터, 발전기 등)을 조작하고 있을 것이다..
.. 영국 공장의 노동 상태를 최초로 비판한 것은 1832년의 새들러 공장 조사위원회이다. 700페이지 달하는 여기에는 35시간 까지 연장된 교대 시간, 일에 늦지 않으려고 공장에서 잠자는 아이들, 극도의 피로로 무너질 것처럼 기계에 기대는 노동자, 아이들의 알코올 중독이라는 잔인함과 인간 타락에 대한 끔찍한 묘사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적인 환경의 한 가지 원인으로 소음은 어디에서도 지적되고 있지 않다. 겨우 한 번이나 두 번, 기계의 '덜덜거리는 소음'이라는 표현만 있을 뿐이다. 소리를 가끔 지적하는 경우는 대개 노동자가 매를 맞으면서 울부짖을 때 뿐이었다.
.. 에밀 졸라(소설가, 1840~1902) 자신의 저서 [Germinal](1885)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 그러자 그는 증기 꼭지를 열어 증기를 방출했다. 증기는 발포처럼 파열하고, 다섯 개의 보일러는 허리케인 처럼 증기를 내뿜으면서, 귀가 출혈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쉭쉭하는 큰 소리가 났다. "
.. 데시벨이 음압 레벨을 명확하게 입증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 것은 겨우 1928년의 일이다.
.. 기계는 내용도 없는 소리를 쓸데없이 길게 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연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리가 연속적으로 평탄한 선을 이루는 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공간에 있어서 평탄한 선처럼, 자연 속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산업 혁명이 낳은 재봉틀이 긴 바느질 선을 가진 옷을 만든 것과 똑같이, 밤낮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도 소리의 긴 선을 만들어 냈다.
.. 로우 파이 사운드스케이프에 원근감이 없는 것처럼, 음의 평탄한 선에는 지속의 감각이 없다. 이것은 초생물적이다. 그러면 자연의 소리는 생물적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자연음은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간다. 그러나 발전기나 에어컨은 죽지 않는다. 그것들은 이식 수술을 받고 영원히 살아 간다.
전기 혁명 (The Electric Revolution)
.. 전기 혁명은 두 가지 새로운 기술을 소개했다. 소리를 패키지화하고 저장하는 기술과 소리의 일부를 원래의 맥락으로 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나(Schafer)는 이것을 'schizophonia'(소리분열증)이라고 부른다. 1876년 벨이 전화를 발명하고, 1877년 샤를 크로스와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면서 소리분열증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원래의 소리와 그 소리의 전기 음향적인 전달과 재생 사이의 분열을 가능케한 혁명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축음기의 발명은 특히, 음향 공간을 온전히 휴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전기 혁명에서 가장 혁명적인 소리의 메커니즘은 전화, 축음기, 그리고 라디오 였다. 전화와 라디오에 의해, 소리는 더 이상 그것이 생겨난 공간의 원점으로 구속되지 않았다.
.. 우리들은 탈공업화 시대에 나타난 소리의 영역 확장이 서양의 제국주의적 야심을 한층 보완한 것임을 알고 있다. 확성기를 발명한 사람은 제국주의자였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자신들의 소리로 지배하려는 욕구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부르짖는 소리가 고통을 널리 전달하는 것처럼 확성기는 불안을 전달한다. "확성기가 없었으면 우리들은 독일을 정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히틀러는 1938년에 쓰고 있다.
.. 미국의 유명한 음향공학 회사가 어느 음악 학부장에게 음악이 소음을 마스킹하는데(차단하는데) 사용되는 것이라면, 소음 또한 음악을 마스킹하는데 사용된다고 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음악 도서관 -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나 발소리를 마스킹하는 데 충분한 기계적인 소리가 있어야 한다.' 가면은 얼굴을 감춘다. 소리의 벽은 특색 있는 사운드스케이프 허구 뒤로 숨기는 것이다.
.. 전기 용품은 종종 공진하는 배음을 만들어 내고, 도시에 저녁이 내리면 가로등, 신호, 발전기에서 하나의 계속되는 피치 전부를 들을 수 있다. 우리들은 1975년에 스웨덴의 스크루블는 마을의 음풍경을 조사하면서 이러한 음을 많이 접하고, 그 윤곽과 피치를 지도 위에 표시하였다. 우리들은 그들 음이 하나로 되어 G#을 기본음으로 하는 장 3도 화음을 만들고 기차가 지나갈 때 F# 음에 의해 그것이 딸림 7화음으로 바뀌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조용한 밤, 우리들이 길거리를 걸어 다닐 때 거리는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 전기 혁명은 새로운 중심음(다른 모든 소리가 그것에 대해 균형을 가진 근원음)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 70년대 초기 미국의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말 가운데 '진동'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우주적 일체감이 느껴지는, 다른 모든 소리의 구심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 발췌, 참고 문헌 : [소리의 재발견 - 소리 풍경의 사상과 실천], 토리고에 게이코, 한명호 역, 그물코, 2015
[Tuning of the World], M. R. Schafer, 한명호 오양기 역, 그물코,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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