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췌 : 신승철. [모두의 혁명법] (알렙, 2019)
3. 신경증과 가족에 의한 무의식 접근법을 포기하고, 가장 특정한 분열적 과정의 무의식을 욕망하는 기계의 무의식을 택하라.
.. 가타리는 무의식의 영역이 존재하기 위해서 배치와 관계망, 제도 등 사회적인 영역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 알튀세르, 라캉, 레비스트로스 등과 같은 구조주의자들은 의식적 책임주체라는 근대적 설정을 포기하였지만, 계열 속에서 불변항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대신 설정한다. 그래서 구조주의는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구조 속에서 절규하고 아우성치는 무기력한 개인의 무기력한 무의식의 차원을 등장시킨다. 그것은 병리적이고 연약하며 협착되어 있고 미끄러지는 무의식의 차원, 즉 콤플렉스를 의미한다.. 반면, 가타리가 개방한 욕망의 자율주의 노선에서는 콤플렉스를 배치(agencement)로 뒤바꾸어 버린다. 즉, 강건하고 자율적인 주체성이 등장하여 배치를 재배치하고 욕망의 미시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콤플렉스의 표상으로 등장했던 병리적 차원은 다른 방향으로 이행하고 횡단하고 변이될 수 있는 특이점으로서의 계기로 나타나게 된다..
.. 가타리는 라캉에게 준거점으로 작동하는 사법적 코드인 기표의 누빔점(기표와 기의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점)을 기표 독재 체제라고 [안티 오이디푸스](민음사, 2014)에서 규정하였다. 기표는 의미화하는 것으로서, "~은 ~이다"라는 정의 방식을 통하여 의미연관을 구조화하는 '권력의 의미생성'이라고 할 수 있다..
.. '과정으로서의 정신분열증'은 하나의 모델의 격자에 맞추어서 의미화할 수 있는 것으로 집중하고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모델과 의미의 점과 선이 연결되는 지도 평면 위에 행로와 여정을 그려나가듯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즉, 분열자는 어떤 것에 접속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신체를 변용시킬 뿐만 아니라 시간을 주파하는 미래진행형적 사유를 전개한다..
.. 2인 가족의 힘의 균형은 이제 현재 신자유주의 상황에서 자본의 힘이 가속화되면서 1인 가구 형태의 '독신적 쾌락기계'의 표상으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독신기계의 양상은 분자적인 것을 무력화시켜 원자화하는 자본의 전략을 기반으로 나타난 것이다. 경제학자 칼 폴라니에 의해서 사탄의 맷돌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원자화의 경향은 사회와 공동체를 무력화하고 와해시키고 해체하는 방향성을 갖는다..
.. 외부의 소멸과 자연과 사물, 생명, 지구의 유한성이 전면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문명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줄여나가는 동질발생적인 형태를 드러낸다.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하게 통속화된 문화, 향유, 소비, 약물, 명상, 힐링, 웰빙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것은 세계자본주의에서의 핵심적인 구도이다.. 결국 외부는 우리가 특이성 생산을 통해서 만들어 나가야 하고, 분열이야말로 스테레오타입화 된 삶을 넘어선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로서의 특이점을 늘려나가는 이질발생적인 실천 과정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분열은 반복강박과 동일성 반복으로서의 삶을 구성하는 '동질발생적인 기계'가 아니라, 차이가 나는 반복, 소용돌이치는 반복을 통해 삶의 화음을 조성하는 '이질발생적인 기계'라고 할 수 있다.
.. 분열의 미시적인 흐름은 제도와 사법적 질서, 관습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탈코드화 과정'을 의미한다. 코드화된 질서 자체는 제도와 시스템의 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분열은, 책임주체(subject)로서의 시민, 소비자, 노동자, 직장인, 군인, 간호사 등의 정체성이 분명한 인물의 설정을 넘어서, 정체를 식별할 수 없는 주체성(subjectivity)을 발생시킨다. 책임주체가 합리성과 효율성의 산물이라면, 주체성은 관계망과 정동의 산물이다..
.. 초기 소수자운동에게 보이는 정체성 획득에 대한 권리주의적인 열망과는 달리, 소수자운동의 성숙과 발전은 지각 불가능한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운동'으로서의 자신을 위치하는 것 까지 발효된다. 그러한 미시적인 흐름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한 심원한 변형을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누가 그 일을 했다'라고 할 수 없고, 공동체적 관계망의 온도, 밀도, 속도 등을 발생시키는 수 많은 지정할 수 없는 구성원들이 해낸 것이라고 봐야 마땅하다..
4. 독재 전체가 지닌 상징적인 완전한 대상에 대한 강제 차압을 단념하라.
.. 상품으로서의 책상은 책상으로서의 고정된 표상과 상징을 유지하는 동안에만 사고 팔릴 수 있다. 그렇기에 책상이기 이전에 나무였고, 탄소로 이루어진 공기였고, 흙이었다는 것은 누락된다 상품이 갖고 있는 고정성에 대한 환상은 세계의 모든 것을 상징적으로 완결된 것으로 보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바로 아카데미가 그것으르 지탱해낸다. 아카데미는 "~은 ~이다"라는 방식으로 정답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을 육성함과 동시에 지적 구조물의 기반이 되는 표상주의를 굳건하게 지킴으로써 자본주의가 지속될 수 있는 사유의 토대를 제공한다..
유목민은 오히려 국지적 절대성, 즉, 국지적으로 표현되고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국지적 조작체계를 통해 생산되는 절대성, 예를 들어, 사막, 스텝, 빙원, 바다 같은 국지적 절대성 속에 존재한다.. 장소와 절대성의 결합은 특정한 중심이나 방향을 가진 포괄화나 보편화 속에서가 아니라 국지적 조작의 무한한 연속 속에서 이루어진다.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 (새물결, 2001), 734~735p.
.. 접속의 순간은 사건성의 순간이며, 특이성 생산의 순간이다. 공동체와 네트워크의 관계망과 배치의 강렬도와 밀도, 온도에 따라 무언의 춤을 추듯 발화하고 접속에 따라 특이점으로서의 사건을 창안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데, 이러한 상태를 들뢰즈와 가타리는 n-1이라고 표현한다. 춤추듯 발현하는 다양성에 전체주의적이고 획일적인 1을 뺀 것이다. 1을 뺀 다양성은 상징적으로 완전무결한 대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완전히 차원이 다른 다양성으로 향하는 주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 유한자의 실존 좌표는 신, 국가와 같은 불사의 초자아에 복속되어 죽음의 공포를 멀리하고 평화와 안락을 구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공동체의 끝을 응시하면서 불안하지만 다양성이 실천되는 자유로운 삶을 창안해 해는 것이다. 이는 죽음을 공포가 아닌 유한성으로 사유하는 삶의 내재성을 의미한다. '유한자의 무한 결속'은 유한함을 가지고 무한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유한자들 간의 접속이 갖는 다채로운 '경우의 수'와 각각이 갖는 무한한 신체 변용 안에 내재해 있음을 보여준다.
5. 기표를 부숴라.
.. 자본주의가 아직 발생하지 못했던 고대의 원형 공동체에서는 책상을 비롯한 물건들을 재생하고 순환하는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서 잠깐 등장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그래서 그게 누구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없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기표 독재 체제,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다. 결국 자본주의는 일만 년 동안 존재해 왔던 산을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 등기부등본을 통해서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물은 흐름의 일부이며, 재생과 순환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 자본주의의 원형적 기원은 고정관념의 성립으로부터 비롯된다..
.. 기표라는 고정 관념은 상징적으로 완결되어 있고 그 내에서 순환되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은 누군가 말했던 것이다'라는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유 방식은 가장 국가주의적이고 사법적이고 초월적인 신(=> 제 3의 인물)을 설정하는 사유 방식이 결론에서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 들뢰즈와 가타리의 이론을 관통하는 배치라는 개념은 제3의 인물을 관계망이라고 사유하면서 초월적인 것을 내재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결국 신비와 영성으로 가득한 제3의 인물을 세속적이고 유한하며 망가질 수도 찢어질 수도 있는 배치라는 개념으로 바꿈으로써, 천상의 논의를 지상에서의 공동체 논의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결국, 배치는 기표라는 고정 관념을 통하지 않고도 제3의 인물, 제4의 인물, n개의 인물을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배치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포함하여 코드와 영토성에 의해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흐름들을 생산해 내는 틀이다.
..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자신의 본질을 숨긴다', '숨어있는 관련은 보이는 관련보다 더 강력하다'와 같은 아포리즘을 통해서 숨어 있는 흐름에 대한 자신의생각을 밝혔다. 그의 사상을 이어 받은 가타리는 [카오스모제](동문선, 2003)에서 부엌이라는 공간만 하더라도 흐름의 입장에서 보면 '물의 흐름, 불의 흐름, 음식의 흐름, 쓰레기의 흐름'이 교차하는 오페라의 공간이 된다고 하였다.. 숨겨져 있는 흐름은 다양하게 우리의 사유 경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 기표라는 고정관념은 시스템이나 체제 내에서 효율적이고 자동적으로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데 비해, 비기표적 기호계의 흐름-냄새, 색채, 음향, 눈빛, 몸짓은 공동체적 관계망에서 자율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을 따른다.. 결과 값이 이미 나와 있는 함수를 풀듯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표라는 고정관념의 특징이라면, 비기표적 기호계의 흐름은 누구도 결과 값을 예상할 수 없는 경우의 수에 따라 문제를 풀어나가는 듯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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